머크와 엔비디아, 신약 개발 AI 모델 'KERMT' 공동 출시

제약-빅테크 협력 가속화 속 AI 기반 신약 발굴 경쟁 본격화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소분자 신약 개발을 위한 AI 모델 'KERMT'를 공동 개발해 출시했다. 학술지 《Drug Discovery Today》에 최근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신약 발굴을 목표로 한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200개 이상 등장했으며, 분기당 40%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KERMT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최신 모델이다.

1,100만 개 분자 데이터로 사전학습

KERMT는 1,100만 개 이상의 분자 데이터로 사전학습된 후, 산업용 신약 개발 워크플로우에 특화된 다양한 과제에 맞춰 파인튜닝됐다. 머크의 데이터사이언스 수석 디렉터 앨런 청(Alan Cheng)은 "이 모델을 통해 과학자들이 특정 분자가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 수개월간의 테스트에 투자하기 전에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 디렉터는 "전통적으로 과학자들은 ADMET 특성—흡수(Absorption), 분포(Distribution), 대사(Metabolism), 배설(Excretion), 독성(Toxicity)—을 파악하기 위해 수개월간 물리적·생물학적 실험을 수행해왔다"며 "유망한 화합물도 독성이 있거나 치료 타깃에서 노출이 불량하면 개발 후기 단계에서 실패할 수 있어 이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KERMT라는 명칭은 기반 모델인 GROVER(수백만 개 소분자로 사전학습된 신경망)에서 착안한 머펫(Muppet) 테마의 이름이다. 머크 연구진은 멀티태스크 기반 파인튜닝을 통해 KERMT의 예측 성능이 공개 데이터와 머크 내부 데이터셋 모두에서 향상됐음을 확인했다.

제약-빅테크 협력 러시

머크만이 AI 신약 개발 경쟁에서 빅테크와 손잡은 것은 아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엔비디아는 최근 신약 개발용 슈퍼컴퓨터 구축에 협력했고,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앤스로픽(Anthropic) 및 AW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은 엔비디아와 의료 로보틱스 분야에서 협력 중이며, 앤스로픽은 바이오테크 R&D 가속화를 위한 'Claude for Life Sciences'를 출시하기도 했다.

머크의 경우 엔비디아와의 직접 협력을 통해 여러 프로세서에서 모델을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엔비디아의 인프라 지원으로 KERMT는 기존 GROVER 대비 계산 시간 단축과 메모리 사용량 감소를 달성했다. 청 디렉터는 "이러한 개선은 친환경적이다—KERMT는 그린(green)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개발 초기 단계 30% 이상 단축"

청 디렉터는 AI가 이미 신약 개발 초기 단계를 획기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AI는 때로 개발 기간을 30% 이상 단축하고, 신약 후보물질의 품질을 개선하며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임상시험은 여전히 오래 걸리지만, 우리 모델들이 질병 타깃과 최적화된 화합물을 더 빠르게 식별해 성공 확률을 높이고 전임상 단계를 단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3년간 수많은 신약 발굴 파운데이션 모델이 등장했음에도 아직 완전히 승인된 신약은 나오지 않았다. 신약 파이프라인 과정이 수년이 소요되고, 임상 후보물질의 90%가 실패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청 디렉터는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종양학, 심혈관, 면역학 분야에서 초기 성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KERMT와 머크의 유전체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TEDDY는 이미 "과학자들의 데스크톱에 직접 배포되어 실시간 설계 사이클에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머크는 현재 이들 모델의 추가 확장과 물리학 등 타 분야를 활용한 멀티모달리티 확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과학계 전반에 더 폭넓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 디렉터는 "오픈 사이언스 정신에 따라 KERMT 연구 결과를 학술 논문으로 공개했다"며 "KERMT와 TEDDY 모두 오픈소스이므로 업계와 커뮤니티 전반의 성공을 가속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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