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헬스케어 AI의 '소비자 시대' 열다

148,000명 운집한 세계 최대 테크쇼에서 확인한 의료 AI의 현재와 미래

올해 CES 2026은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인 148,000명 이상의 참관객을 기록하며 기술 산업의 완전한 회복을 알렸다. 26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전시장을 가득 채운 것은 단연 AI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헬스케어 AI가 더 이상 B2B 의료기기 영역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고 사용하는 제품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1. 연속혈당측정기(CGM), AI 플랫폼으로 진화

Abbott의 'Libre Assist' 발표

의료기기 대기업 Abbott는 CES 개막 하루 전인 1월 5일, 자사의 FreeStyle Libre 연속혈당측정기(CGM)에 AI 기반 신기능 'Libre Assist'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특정 음식 선택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AI가 예측하고, 혈당 수치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맞춤형 권장 사항을 제공한다.

시장 경쟁 심화

경쟁사 Dexcom 역시 자체 앱을 통해 AI 기반 조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CGM 시장에서 AI 기능이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적 함의: CGM 기기가 단순한 '측정 장치'에서 '개인화된 건강 코치'로 포지셔닝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다. 하드웨어 경쟁에서 소프트웨어·AI 경쟁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2. AI 안과 검진의 대중화: Eyebot

90초 AI 안과검사의 등장

이번 CES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전시 중 하나는 General Catalyst가 투자한 스타트업 Eyebot이었다. Eyebot은 AI를 활용해 90초 만에 안과 검사를 완료하는 기기를 선보였다.

유통 채널 확보

Eyebot은 이번 CES를 통해 안경 유통업체 1-800 Contacts의 The Framery와의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다. 더 주목할 점은 이미 Walmart와 Sam's Club이 펜실베이니아 지역에서 해당 기기를 시범 운영 중이라는 것이다(2025년 12월 11일 발표).

산업적 함의: AI 의료 진단 기기가 병원이 아닌 소매 유통망을 통해 대중에게 접근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이는 1차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의료 서비스 가치사슬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3. 자율주행 AI의 의외의 응용: .lumen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 글래스

루마니아 스타트업 .lumen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보조기기를 공개했다. 이 스마트 글래스는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AI 기술을 활용해 심각한 시각 장애를 가진 사용자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CTA 재단 피치 대회 우승

.lumen은 접근성(Accessibility) 부문 CTA 재단 피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술력과 사회적 임팩트 모두를 인정받았다. 현재 공식 판매는 시작되지 않았으나, 웹사이트를 통한 예약 주문이 가능하다.

산업적 함의: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컴퓨터 비전·LiDAR·AI 인식 기술이 모빌리티를 넘어 헬스케어 보조기기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의 교과서적 사례이자, 접근성 기술 시장의 상업적 성숙을 보여준다.

4. 여성 건강 테크의 부상: Peri

갱년기 증상 모니터링 웨어러블

여성 건강 기업 IdentifyHer가 개발한 Peri는 소형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갱년기 전후 증상에 대한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수집한다. 바이오센서 기술과 AI 기반 분석을 결합한 이 제품은 미국 내 판매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나, $449에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산업적 함의: 그동안 의료 기술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여성 건강(FemTech) 영역이 CES 메인 무대에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다. McKinsey에 따르면 글로벌 FemTech 시장은 2027년까지 $50B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Peri와 같은 제품이 그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5. AI 에이전트, 헬스케어 내비게이션에 투입: Transcarent

복잡한 미국 의료 시스템의 해결사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 Transcarent는 1월 6일, 자사의 WayFinding 플랫폼에 AI 에이전트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고용주와 직원들이 보험 관련 문의부터 진료 예약까지 모든 건강 관련 사항에 대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통합 서비스다.

산업적 함의: 미국 의료 시스템의 복잡성은 AI 에이전트의 가장 적합한 활용처 중 하나다. 보험 청구, 네트워크 내 병원 찾기, 진료 예약 등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인 작업들이 자동화 대상이 된다. 다만 의료 정보의 민감성과 규제 환경을 고려할 때, 책임 소재와 정확성에 대한 검증이 핵심 과제로 남는다.

종합 분석: CES 2026이 보여준 헬스케어 AI의 5대 트렌드

1) 하드웨어에서 AI 플랫폼으로

CGM, 스마트 글래스 등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 수집 장치를 넘어 AI 기반 인사이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2) 병원 밖으로 나온 의료 AI

Eyebot의 Walmart 진출 사례처럼, AI 진단 기기가 소매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3) 기술 이전의 가속화

자율주행 AI가 시각장애인 보조기기로, 산업용 바이오센서가 여성 건강 웨어러블로 전환되는 등 기술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4) 소외된 의료 영역의 재조명

여성 건강, 접근성 기술 등 기존에 투자가 부족했던 영역이 CES 메인 무대에 등장하며 시장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5) AI 에이전트의 의료 진입

단순 챗봇을 넘어, 복잡한 의료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가 B2B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의 시사점

CES 2026의 헬스케어 AI 트렌드는 한국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전략적 기회를 제시한다:

  • 디바이스-AI 통합 역량 강화: 삼성, LG 등 하드웨어 강자들이 AI 소프트웨어 역량과 결합할 경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 유통 채널 혁신: Eyebot-Walmart 모델처럼 기존 유통망을 활용한 의료 AI 서비스 확산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니치 시장 공략: FemTech, 접근성 기술 등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영역에서 선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 규제 대응 선제화: AI 의료기기의 FDA 승인, HIPAA 준수 등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규제 로드맵 수립이 필수적이다.

본 기사는 CES 2026 현장 취재 및 각 기업 공식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