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디지털 치료제 시장 활성화 위한 'TEMPO' 파일럿 프로그램 가동

기존 FDA 승인 절차의 한계 극복 위한 새로운 규제 모델 제시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해 12월 5일 발표한 'TEMPO(Technology-Enabled Meaningful Patient Outcomes)' 파일럿 프로그램이 올해 1월 2일부터 참여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 그간 수익성 문제로 고전해온 DTx 기업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디지털 치료제 산업의 명암

디지털 치료제란 특정 질병이나 장애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FDA의 규제를 받는 제품군을 말한다. 2024년 12월 기준 FDA가 승인한 DTx 기기는 192개에 달하지만, 산업 전반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최초로 DTx 기기 승인을 받은 피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다. 이 회사는 앱 가격을 1,000달러 이상으로 책정했으나 지속 가능한 보험 급여 전략을 찾지 못해 2023년 파산을 선언했다. 디지털 의료 기업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 역시 2023년 부진한 판매 실적 이후 처방 모델에서 일반의약품(OTC) 모델로 전환했다가, 2024년 자산을 매각하며 사실상 시장에서 퇴장했다.

TEMPO 모델의 핵심: 승인 전 처방 허용

TEMPO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FDA 승인 이전에도 특정 의료 전문가가 환자에게 DTx 기기를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수집된 실제 임상 성과 데이터(Real-World Performance Data)가 이후 FDA 승인 심사에 반영되는 구조다.

미국심리학회(APA) 헬스케어 혁신 담당 수석 디렉터인 베일 라이트(Vaile Wright)는 헬스블루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FDA 승인 절차는 소프트웨어에 적합하게 설계되지 않았다"며 "기업들이 이 분야에 진입하는 것을 오히려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TEMPO가 앱스토어를 통한 직접 출시와 FDA 승인 절차 사이의 '중간 지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TEMPO 참여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혁신센터(CMMI)의 별도 프로그램인 'ACCESS(Advancing Chronic Care with Effective, Scalable Solutions)'에 소속된 처방자로 제한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성과 기반 데이터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결합하면 기업 입장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메디케어 급여 적용, 기대 이하의 성과

DTx 산업은 2025년을 도약의 해로 기대했다. 수년간의 업계 노력 끝에 메디케어가 디지털 치료제 급여를 시작했고, 초기에 7개의 디지털 정신건강 치료 기기가 급여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현재,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헬스케어 분석 AI 기업 코모도 헬스(Komodo Health)가 1월 29일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3분기까지 새로운 메디케어 청구 코드를 사용한 환자는 446명, 방문 건수는 897건에 달했다. 이는 2025년 1분기의 99명·184건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코모도 헬스의 에반 우다드(Evan Woodard) 수석 임상 제품 매니저는 "디지털 정신건강 치료제가 파일럿 단계를 넘어 주류 임상 워크플로우로 진입하는 명확한 변곡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라이트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CMS가 전국 단일 요율을 설정하지 않고 지역 메디케어 계약자에게 이를 위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계약자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이 더 명확한 지침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분명했다"고 전했다.

CMS 대변인은 "전국 요율을 설정하기에는 충분하고 표준화된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도 "근거 기반이 성숙해지면 향후 전국 요율 설정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시사점

TEMPO 프로그램의 출범은 디지털 치료제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승인 전 처방을 통한 실제 임상 데이터 확보는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FDA에게는 보다 실질적인 심사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보험 급여 체계의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